유혹하는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

 

 

서명: 유혹하는 글쓰기

저자: Stephen King (스티븐 킹)

옮긴이: 김진준

출판사: 김영사

 

 

얼마 전부터, 두 가지 작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것.

그리고, 책을 읽으며 떠올렸던 생각과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것.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이던 학생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 해야 하는 신분으로 달라져서일까.

이전보다 더욱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커지고 있다.

회사 업무가 강요하는 몰입으로부터 나를 격리시켜야 겠다는 방어적 이유일 수도 있겠다.

중요한 건, 책을 제대로 읽고 제대로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앞의 세 책의 리뷰를 글로 쓰면서 답답한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내 머릿 속 생각과 느낌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장은 지저분한 수사로 차있으며, 동어가 반복되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한마디로 나는 글을 너무 못 쓴다.

 

 

우연한 기회에, 유명한 미국의 대중 소설가 스티븐 킹이 지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 제목도 맘에 들었다.

<유혹하는 글쓰기>라니..

언젠가 내 손에서도 매력적인 글이 써졌으면 좋겠다는 기대로 책장을 펼쳤다.

 

 

스티븐 킹은 소설가를 지망하는 후배들을 위해 이 글을 지었다.

어떻게 해야 좋은 글, 특히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달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성장기를 떠올리며 자신이 어떻게 재밌는 글을 쓰는 소설가가 될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소설가이기 때문일까.

어떤 주제를 전달하고자 할 때,

그는 항상 다양한 인물과 그들이 처한 상황, 그 속에서 발생한 대화에 집중한다.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 결론들은 대부분 그러한 대화 속에서 발생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하지만 깔끔한 목차와 결론부터 보여주는 두괄식 표현법에 익숙한 나로선 정리가 잘 안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저자의 의도에서 한참 벗어난 행동이겠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을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 그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여러 번 강조한다.

 

 

1. 부단한 연습

2. 진실에 근거한 글쓰기의 자세

 

 

부단한 연습은 자신의 재능, 이를테면 엉뚱한 상상을 해서 재밌는 스토리를 지어낼 수 있는 능력이나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는 능력들을 연마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책을 읽고, 이외수가 그랬다는 것처럼 자신을 방구석에 몰아넣고 인내하며 글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떠오르는 상상들을 붙잡아내고, 적절한 연장(낱말/문법/문장/문단)을 사용하여 꾸준한 속도, 인내 그리고 성실함으로

글을 완성해내는 과정 자체가 부단한 연습인 것이다.

언급된 몇 가지 팁은 다음과 같다.

 

 

1-1. 20분-30분 짬이 났을 때 읽을 수 있는 책을 항상 소지하고 항상 책을 읽어라. 그는 매년 60-70권 정도를 읽는다고 한다.

1-2. 글을 쓸 때는 문을 닫고, 글을 고칠 때는 문을 열 것.

1-3. 스스로의 상상세계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집필 장소로 삼을 것.

1-4. 수정본=초고-10%

 

하지만 어떤 경우는, 오랜 시간동안 많은 책을 읽고 글쓰기 연습을 수행한 사람의 글이라도

매력적이지 않거나 독자와 정신교감을 이루어내는데 실패하기도 한다.

“그는 문을 굳게 닫았다”의 경우처럼 불필요한 부사를 삽입하는 경우,

불필요한 수동태로 사건 뒤로 사람을 숨기는 문장들,

‘예리하고 지적인 푸른 눈동자”와 같이 작가 자신의 느낌을 억지로 전달하기 위한 표현들이 그 예인데

이는 진실에 근거한 글쓰기의 자세와 관련하여 설명할 수 있다.

 

 

글을 쓰는 것은 독자와 정신 감응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한 단어 씩 글을 쓸 때마다 작가는 상상 세계를 건축하는 것이고,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은 작가의 초대를 받아 그의 세계를 체험한다.

따라서, 작가는 글로 이루어진 건축물 하나 하나를 진실된 것으로 채울 의무를 지닌다.

소설이 허구의 문학이라는 점과 배치되는 표현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이 특정한 상황에 놓인 사람의 행동과 내면,

사람 간에 발생하는 대화와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작가가 상상해 낸 전제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충분히 진실성을 갖출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뱀파이어가 있다면”, “왕따를 당하는 여자아이가 초능력을 갖고 있다면”

같이 소설의 전제가 되는 상상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인간의 심리상태와 대응방법 그 자체는 진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실된 글 쓰기를 위해 작가는 쓰려는 각 상황과 인간의 심리에 대해 잘 알거나,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글을 쓰는 동안 금언으로 삼을만한 몇몇 말들을 인용해보면,

“어떤 이야기를 쓸때는 자신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라”

“경박한 마음으로 백지를 대해서는 안된다.”

“좋은 글을 쓰려면 근심과 허위허식을 버려야 한다.”

“뮤즈는 땅에서 지낸다. 그는 지하실에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그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무엇에 대하여 쓸것이냐? - 진실만을 말해야한다”

“좋은 소설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믿는다”

“좋은 소설은 스토리에서 출발하여 주제로 나아간다.”

 

 

그는 사람의 내면과 관계, 대화에 대한 진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스티븐 킹은 억지로 상황을 만들어내는 플롯에 기반한 전개를 싫어하는데, 이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진 존재인지, 다른 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어하고, 이를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에 집중한다.

그는 인간에 대한 진리를 왜곡하는 문법과 수사법을 싫어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을 그릴 뿐, 일관된 주제 속에 소설 속 사건들을 정렬시키지 않는다.

진실은 정렬되어 있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으로 이를 열심히 정리해서 독자에게 떠안길 필요가 없다.

좋은 소설은 그 중심에 스토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스티븐 킹은 여러 번 강조한다.

뮤즈로 표현한 환상적인 스토리는 어디 먼 곳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흔한 진실들을 노력과 정성을 다해 파헤칠 때 나오는 것이다.

 

 

잠시 다른 책 이야기지만, 최근에 보았던 책들 중 ”제3차 산업혁명” 같은 개론서 성격을 가진 글들 조차도,

도입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는 점이 떠올랐다. ‘자 내가 말하는 결론을 들어보세요’라는 식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개개인이 어떤 식을 반응했는지, 왜 그 문제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는지를 파고 들어가며

결론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글은 독자와의 정신 교감이기에, 인간 내면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 과장되지 않게,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이전보다 나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좋은 글을 쓰는 방법만을 얻었다고 하기엔

스티븐 킹은 지나치게 배울 점이 많은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의 아내인 태비와 사랑에 빠진 이유에 대해 언급한 페이지에서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던 한기지 이유는 내가 그녀의 시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며 그 때의 감정을 회고할 만큼 로맨틱한 사람이며,

알콜중독을 겪을 때를 떠올릴 때는

“알콜중독자에게 술을 자제하라고 말하는 것은

전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설사병에 걸린 사람에게

똥을 자제하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라는 식으로 우습고 과격한 표현을 할 수 아는 거친 남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는 글 쓰는 일을 즐거워하는 작가이다.

그 점이 부러운 점이고, 배우고 싶은 점이다.

글쓰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끝으로 리뷰를 마무리하겠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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