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넓얕/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팟캐스트/팟빵)

지대넓얕/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팟캐스트/팟빵)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팟캐스트에서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는 교양 토크 방송이다. 철학, 사회학, 과학, 역사, 심리, 명상, 종교, 심지어 미스테리까지 다양한 분야를 폭 넓게 알고 있는 네 명이 패널들이 출연한다. 이들은 매주 주제를 하나씩 정해, 정보를 청취자들에게 전달해주기도 하고 갑론을박 토론을 벌인다. 가끔은 토론을 하다가 감정적으로 격해지기도 하는 솔직한 토론 덕에 싸움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걸 듣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 쯤이다. 겨울엔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뭔가 들을게 필요했다. 현실정치를 논하는 팟캐스트는 듣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지속적으로 듣기 힘들었고, 개그 팟캐스트는 어느 이상의 애정을 갖기 힘들었다. 패널 중 한 사람인 ‘채사장’의 저서를 통해 접한 <지대넓얕>은, 현실 세계의 문제를 제3자적 시점에서 거리두기를 한체 논하는 독특한 방송이었다. 사건의 이면에 숨어있는 깊은 차원의 대화를 나누면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얕은 깊이로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매력이었다. 여기에 채사장, 깡선생, 김도인, 독실이(or 덕실이) 모두 각자의 개성이 너무 뚜렷해서, 무한도전에서나 볼법한 ‘캐릭터 쇼’를 즐길 수도 있었다. 몇 화를 들어보고 그 매력에 푹 빠져 완전 팬이 되어버렸다.

  

   클린룸에서 실험할때도, 집에서 잠들기 전에도, 산책이나 운동을 할때도 항상 이어폰을 귀에 꼽고 방송을 들었다. 한회에 평균 2시간을 하는데, 현재까지 107회가 진행되었다. 총 200여 시간. 근데 거의 모든 에피소드를 두번씩 들었으니 400여 시간을 들은 셈이다. 적지 않은 시간이다. 살면서 400시간을 보거나 들은 컨텐츠가 또 있을까. 어쩌다보니 이 네 명의 패널들에 꽤 친근함을 느끼는 수준까지 덕을 쌓아버렸다.

   그리고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생겼다. 내가 원래 그런 인간이었던건지, 팟캐스트를 귀가 닳도록 듣고 영향을 받은 건진 알수가 없으나, 꽤 많은 분야에 호기심이 생겨버린 것 같다. 역사(크게는 인류사, 작게는 미국사/한국사/영국사/유럽사/중국사/종교사..), 철학, 사회이론, 현대 세계 정치, 자본주의와 그 수정, 심리학과 교육, 의사결정과 정책, 조직과 권력. 그리고 더 많은 주제와 그 주제에 얽혀있는 사람들, 얽혀있던 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엔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참 많다. 그 이야기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아마도..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나와 다름없는 감정을 느끼고, 나와 마찬가지로 ‘주체로서의 나’를 지닌채 사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는, 약간 오버하자면.. 타인의 삶에 언제든 승차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 같은 것이다.

   그런 이유로 앞으로는 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취미생활을 할 것 같다. 본말이 전도 되면 안되겠지만 (공부도, 연구도, 졸업도 잘 해야겠지;;;). 가급적이면 다양한 텍스트를 접하고,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 그리고 이를 위한 텍스트 흡입에 노력을 기울인지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혼자 있는 시간이 훠얼씬 늘었음에도, 좀 더 여유론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물론… 연구가 막히면 괴롭고 힘든건 매한가지만서도..)

  혼자 중얼댄 감이 있는데… 지대넓얕의 2회 정주행을 마치고 나니 어떤 감격같은 것이 일어, 나도 모르게 주절주절 대버렸다.

 하고싶은 말은.. <지대넓얕>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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