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났습니다요 - 무라카미 다케오
무라카미 다케오.
일본의 평범한 일러스트, 만화가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그 일로 성공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평범’이란 말은… 바꿔 말하면 ‘아직 성공하지 못한 가난한 프리랜서‘란 뜻이다. 성공을 위해 애쓰다보니 부족한 수면, 불규칙한 식사와 편식으로 인해 서서히 몸은 망가져만 갔다. 불안정한 고용환경으로 인해 심리적 불안감은 더해가고, 주변 사람들의 무시하는 눈초리는 그의 마음의 건강, 삶에 대한 의지마저 앗아갔다.
그 결과로 무라카미의 몸엔 심장정지, 당뇨병, 당뇨병성 케톤산증, 패혈증, 횡문근융해증, 급성신부전, 뇌부종, 고암모니아 혈증, 철결핍성빈혈 등 치명적인 병들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뇌부종으로 인해 언어, 시력, 계산능력, 추론 능력을 잃은채로 눈을 떴다. 각박한 현실과 보이지 않는 미래, 주변사람들의 무시를 견디다 못해 삶을 체념한 그는 죽음을 체험하고 나서야 살아야하는 이유를,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한다.
“당신은 왜 사는가?”
유명한 강연자들과 성공의 비결이 담긴 책들에 자주 언급되는 질문들이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는 분명히 가치있는 질문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추진력있는 삶을 꾸려갈 수 있다. 앞서 읽은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 장군은 ‘의미있는 죽음’을 위한 삶을 살았고, 죽음으로서 그 삶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 질문은 매우 위험하기도 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무라키미의 대답이었던 ‘그림’은, 무라카미 자신의 목을 졸라 생을 끝장낼뻔한 무서운 흉기였다. 여동생이 눈물을 흘리며 설득하는 장면의 대사가 가슴 속에 맴돈다.
“난 어떤 모습이건 오빠가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사람의 목숨은 그 자체로 귀한 것이다. 사람의 가치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성취를 이뤄내고, 어떤 재화를 생산해냈는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을 돌보는 것.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내려는 몸부림. 그 싸움에서 이겨내려는 그의 부단한 노력은 그를 돌보던 간호사의 한마디로 증언된다.
작가 무라카미 다케오씨는 죽음을 체험하고나서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이를 그의 장기인 그림으로 노래했다. 150여 페이지의 얇은 만화책이라 읽는데는 얼마 시간이 안 걸렸지만, 책을 덮고 오랜 시간동안 생각에 잠기었다. 나와 내 친구들은, 그리고 수많은 청춘들은 성공을 위해, 자기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칭찬받을 만한 일이고, 다들 그 노력과 열정에 걸맞는 보상을 받길 응원한다. 하지만, 일에 집중하느라 자기 몸과 마음을 내동댕이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다들 건강하게 지냈으면 한다. 그 자체가 소중한 일이니깐.
“초조하다고 무리하지 말렴”
이 책을 선물해 준 은인의 한마디다.
매사 무리하고 있는 불쌍한 영혼을 정확히 위로하는 한마디와, 한 권의 책이었다. 매사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