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균의 세계 - 김금희

조중균의 세계 - 김금희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라는 단편 소설집을 리디북스에서 구입했다. 문학 관련된 웹페이지에서 언급 되었는데, 불현듯 호기심이 들었다. 이제 막 ‘글쟁이’ 로 인정받은 사람들의 글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 작가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자로서, 혹은 보통 사람으로서) 글을 잘 쓰는 것은 역시 오래동안 품어온 로망이기에, 프로의 세계에 입단한 글쟁이들의 솜씨가 궁금했다. 이에 더해 신인 작가의 글을 읽고 싶었던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최신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유명 작가가 쓴 소설은 왠지 모르게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작가에 대한 환상 때문인지, 소설 속에 아주 정교하게 짜여진 세계관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의 21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라고 해도, 옆 친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달까. 아. 그리고 저렴한 가격(5500원) 덕에 부담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이 글모음집의 여러 작품 가운데, 나는 김금희 작가의 <조중균의 세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카페 옆 테이블에서 들려올 법한 현실감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한 중견 출판사의 평범한 회사생활이 배경이다. 고집이 세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의 ’루저’ 조중균씨와 두 명의 계약직 여사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조중균씨는 꽤나 괴팍한 사람이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의 애인없는 외톨이인데, 한달 10만원이 안되는 돈을 아끼고자 점심 끼니를 거른다. 그리고, 그 돈을 돌려받기 위해 ‘밥을 먹지 않는다’는 증명자료를 만들어 제출할 정도로 고집센 인물이다. 동료직원이 가져다 준 떡이 상해서 맛이 변해도 꼭꼭 씹어 먹을 정도로 정에 약하다. 출판 직전의 원고를 교정하는 일을 맡고 있는데, 방망이 깎는 노인 수준으로 고집이 세서 원고가 마음에 들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 고집 덕에 회사에서 ‘근무 태만’으로 해고 당하고 만다. 능력없는 월급쟁이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담아낸 캐릭터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두 계약직 여사원이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영주’와 ‘해란’. 이 두사람의 눈을 통해 ‘사람’ 조중균씨의 실체가 드러난다. 조중균씨는 젊은 시절, ’자기가 지었지만 자기 것은 아닌’ 시의 저자이자, 학점에 손해를 보더라도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청년이었다. 지금도 그 때의 열정과 마음가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어째 사회에서는 그런 성격이 ‘무능력’으로 비춰질 뿐이다.

   단편인 만큼,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는 않았다. 조중균씨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을 정도로, 현실감 있는 배경과 표현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 사회는 각박해져가고 있다. 3포세대라더니 어느덧 N포세대까지 왔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 지속적 되면서 낙오자들이 양산된다. 미취업자/실업자/퇴직 창업자 등, 그 거시적인 수치 속에 또 다른 조중균씨들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고집쟁이들이, 경쟁사회에서는 약점에 불과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고 안쓰럽다. 

   현실에 가까운 소설을 읽고 싶었다. 좀 더 있을 법한 이야기. 

   이 책 <조중균의 세계>에서 그 욕심을 조금 채운 것 같다. 김금희 작가의 글을 좀 더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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