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vs 기계 - 김대식

인간 vs 기계 - 김대식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예로부터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상상 속의 소재였다. A.I.,터미네이터, Her, 바이센터니얼 맨, 엑스마키나 등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이 영화들의 장르는 여태 Scientific Fiction으로 분류되었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듯하다. 2016년, 바둑기사 가운데 최고로 손꼽히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5판을 싸워서 4번을 졌다. 바둑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인공지능 과학자들도 예측하지 못한 알파고의 선전이었다. 이제 인공지능의 성장은 인류의 능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AI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공상이 아닌,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인공지능 기술의 첨병은 Deep Learning이란 알고리즘이 맡고 있다. 인공지능의 첫 발걸음은 1957년 로젠블라트 교수가 Perceptron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시작은 민스키와 페퍼트에 의해 그 한계가 밝혀져 다시 잠잠해진다. 20여년이 흘러 Back Propagation이 발견되어 Multi-Layered Perceptron을 학습시키는 방법이 개발되지만, 이마저 Diminishing Gradient 문제에 의해 인공지능은 Feature Engineering 수준에 머물렀다. 프로그래머가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명령을 미리해두고 그 기능을 수행하는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기대와 좌절을 반복하던 인공지능은 2006년을 기점으로 Geoffrey Hinton, Yann Le Cun, Andrew Ng, Yoshua Bengio 같은 선구자들의 알고리즘 덕에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다. 연구 규모도 급격히 커져서 Google, Amazon, Facebook, Apple, IBM 등 미국의 IT 기업을 중심으로 엄청난 펀딩을 지원받으며 발전 중이다.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GPU나 Neuromorphic Chip 처럼 인공지능을 위한 전용 하드웨어 가속기의 개발도 더불어 이루어지고 있다.

   김대식 교수의 <인간 vs 기계>는 이런 급격한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배경과 역사, 미래의 영향을 대중을 위해 쉽게 풀어놓은 책이다. 우선 기존의 컴퓨터 구조와 Deep Learning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 위해서, Synapse와 Neuron으로 이루어진 두뇌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그 학습 능력을 설명한다. 특히 학습과 인지에 대한 효과적인 이해를 위해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들을 언급한다. 인류가 자신의 지적능력을 처음으로 이해하려고 애쓰던 시대의 결론들이, 우리가 Deep Learning을 처음 대면하는 이 시대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의식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이다.

   ”자연은 숨는 걸 좋아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주장처럼, 비정형 데이터로 가득한 세상에서 컴퓨터가 인간에 특화된 기능(인식, 의사결정 등)을 하기 위해선 1) 언어화 할 수 없는 진리의 영역을 인식하고, 2) 그 인식 과정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도출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Big Data(대용량의 비정형 데이터)를 Artificail Neural Network에 입력해서 학습시키는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Deep Leaning(구글 알고리즘), Deep Q-Network(알파고의 알고리즘), Convolution Neural Network(효과적인 이미지 처리를 위한 네트워크 구조), Long-Term Short-Term-Memory(페이스북 알고리즘) 등 다양한 알고리즘이 개발되었고 지금도 개선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마무리하고 나서, 저자는 그것이 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본다. 인류 사회에 미칠 영향은 전방위적이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강한 인공지능’을 배제하더라도, 인간의 사물인식이나 상황에 따른 판단능력 같은 ‘약한 인공지능’은 현재 진행형이다. AmazonGo라는 서비스는 고객응대를 위한 직원을 완전히 배제한 완전무인 마트를 목표로 하고, Tesla/Google/Apple 등에서 개발중인 무인자동차는 현재 미국의 작은 도시마을에서 시험운행 중이다. 언어를 번역하는 일은 물론, AI가 직접 기사와 문학작품을 작성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에 따라 사라질 직업과, 소득 감소에 대한 사회적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대선 주자들이 (그 진정성이 의심가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책을 공약에 포함시키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레이커즈와일이라는 인공지능 과학자는, 인류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연속적이지만 그 영향은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고 그 시점을 특이점(Singularity)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 특이점은 우리 사회를 인공지능이란 블랙홀로 몰아넣고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인간에 대한 이해,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 여기에 자원을 분배하는 방식까지. 그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애플의 계획에 따르면 2019년에 무인자동운전 기술을 상용화하기로 되어있다. 이제 2년 남았다.  그 이후부터는 적어도 물자/유통/교통산업에 변화가 시작될 것이고, 이에 따른 사회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될 문제는, 대량 실업 사태다. 기초소득에 대한 논의는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논의 되어야 한다. 정치/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언젠가 인류에게 묻게 될 질문, “우리는 왜 인간에 봉사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도 대비를 해야한다. 그 질문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기술을 제어하는 방식이든, 그 질문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류의 훌륭한 봉사자로 자리매김하는 방식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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