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교양 - 채사장

시민의 교양 - 채사장

시민의 교양 - 채사장 지음.

   인기 많은 팟캐스트의 제목이면서, 작년 베스트셀러의 제목이기도 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줄여서 ‘지대넓얕’으로 유명한 채사장의 두번째 책이다. ‘지대넓얕’은 지적 대화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기초 

지식을 제공했다면, 이번 책은 조금 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두 가지의 삶이 있다. 첫 번째는 세계에 나를 맞추는 삶이다. 세상의 질서를 존중하고,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생이다. 두 번째는 세계를 나에게 맞추는 삶이다. 세상의 

질서와 시스템에 저항하고, 주어진 환경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인생이다. 당신은 어떠했나?’

   첫 번째 삶의 방식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어린 시절에는 더 높은 성적을 

받기위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국어 지문을 외우고, 수학 문제를 열심히 푼다. 사회에 나와서는,  

좋은 직장을 찾아 취업 준비를 한다. 나 같이 연구의 길을 들어선 사람은 논문에 목을 메고, 아이돌 연습생들은 데뷔에 목을 멘다. 세상을 주어진 것으로 이해하고, 그 가운데서 자기의 꿈과 이상을 이루기 위해 매진한다. 

우리는 이런 삶의 방식의 전문가들이다.

   두 번째 삶의 방식은 세상을 바꾸는 삶이다. 너무 어렵다. 계란으로 바위치기같은 소리 같다. 세상을 무슨 

수로 바꾸나. 헤겔에 의하면 역사는 지속적으로 자유를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신정과 왕정의 시대로, 그리고 다시 귀족 중심 공화정과 부르주아 혁명으로 시작된 

민주정으로 역사는 변해 왔다. 헤겔은 역사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절대정신’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도입하지만, 사실 역사를 움직인 것은 사람들의 결단과 행동이다. 각자가 가진 생각을 이야기하고 들으면서,

더 나은 삶과 세상에 대해 탐구하는 것. 그리고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 이런 과정을 거쳐 

세상은 변화해 왔다. 세상을 바꾸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어보이나, 지금까지 계속 이뤄졌던 일이다. 

   집중되었던 권력은 분산되었고, 인종, 성별, 소수자의 차별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 자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면서 많은 가치와 정신이 망가지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그에 저항하는 힘도 만만치 않다.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혁명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자본주의의 한계를 수정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수 많은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이 경제 민주화를 부르짖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성향의 보수 

정당에서조차 이를 선거용 캐치프레이즈로 활용한다.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에서 ‘나는 사회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대선주자 경선에서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미국 정치를 왼쪽으로 밀어붙인다. 부족하고, 

성에 차진 않지만 세상은 변한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진화해 온 역사의 끝자락에 서있다. 이제 우리 

차례다.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채사장은 그 특유의 B급 감성으로 ‘세상을 바꾸는 삶’에 필요한 재료들을 쉽고 재밌게 알려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주인공인 ‘시민’이 있다. (북콘서트에서 채사장은  ’시민의 교양’의 제목의 뜻을 물어보는 질문에, 

‘주인공 이름이 ‘시민’이라서 시민의 교양입니다’라고 수줍게 웃으며 대답한다.) 세금의 인상여부, 고소득층의

증세 여부를 고민하는 대통령은 그 의사결정권이 진정 자기에게 있는지 비서실장에게 묻는다. 절대 

책임회피는 아니라며 손사레를 치지만, 역시 책임회피로 보인다. 어찌됐건 명령이니, 비서실장은 국가 권력의 근본인 ‘시민’을 찾으러 고시원을 찾아간다. 그 시민은 세상을 바꾸는 삶을 살고 싶어서 공무원 시험을 5번을

치루지만, 결국 낙방하여 포장마차를 차리고 떡볶이 장사를 한다. 이 사업 또한 실패해서 시민은 떠나고, 

마땅히 갈 곳이 없게된 비서실장은 평범한 삶을 살며 고령화, 저성장으로 요약되는 요즘의 대한민국을 

맞이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이 등장인물들이 다시 모여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질문을 던진다.

   스토리 중간 중간, 등장인물들은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세금을 올릴것인가? 내릴것인가’ / ’누구의 세금을

 인상할 것인가’ / ’국가는 무엇인가?’ / ’큰 국가와 작은 국가, 무엇이 좋은가?’ / ‘ ’자유란 무엇인가’ /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 자유, 무엇이 좋은가?’ /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업, 교육은 어떤 모습과 의미를 가지는가’ / 

‘이 질문의 대답을 현실화시켜줄 경제체제와 정치체제는 무엇이 있는가?’ / ‘선택기준으로서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관념을 구성하는 세계관은 무엇인가’ / ‘세상을 이해하는데 화폐와 인구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저자는 이에 대한 대답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한다. 이정도로 간단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좌파와

 우파,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수직적 정의와 수평적 정의,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 자유, 자본가와 노동자, 작은

 국가(야경국가)와 큰 국가(복지국가), 세금의 인상과 인하, 직접세와 간접세, 성장과 분배 등등.. 첫번째 책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처럼 워낙 방대한 분야를 다뤄서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는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명료성에는 저자의 바램이 담겨있었다. 마지막 페이지 부분에 이 바램이 드러난다.

   ”지금처럼 계속 걸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나를 바꾸는 것과 세상을 바꾸는 것.

우선 나를 바꿔야 합니다. 나의 일에 열정을 쏟아붓고, 사람들과 경쟁하고, 사랑하는 삶들을 돌보면서 그렇게

 건강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다음으로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하나의 경제체제를 선택하고, 이를 반영하는 

하나의 정당을 지지해야 합니다. 나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을. 신문을 접고, 티브이를 끄고, 타인의 말에 

휩쓸리지 말고, 나의 현실을 직시한 후에 정말 나에게 이익이 되는 세계가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세계를 복잡하게 이해하려다 지치지 말고. 세계를 관통하는 단순함에 집중해야 합니다. 내일의 

세계를 시장의 자유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 정부의 개입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 시민 각자가 현명하게 나의 이익을 따라 선택을 할 때, 그 선택은 사회 전체를 살 만한 사회로 만들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하고, 그렇게 

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민은 세상의 주인이고, 역사의 끝이며, 그 자체로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지식을 새로 배우기도 했지만, 기존의 지식들을 엮어 선택 가능한 세계관으로 

구성해내는 과정 자체가 본받을만한 점이다. ’지대넓얕’ 책과 팟캐스트의 팬으로써  높은 기대감을 갖고 

읽엇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책이었다.